우리 아들은 아침마다 눈썹을 그린다.
이국적인 모습, 오뚝한 코, 쌍꺼풀진 눈, 늘씬한 키....제 아빠의 장점은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눈 꼬리가 퍼진 눈썹은 영락없는 아빠 눈썹이다.
어릴 적엔 안 그랬는데 사춘기가 되더니 그렇게 변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뻐드렁이는 안 닮았으니....ㅋㅋ
아무튼 피는 못 속이는가보다.
“야, 눈썹 꿈틀거리면 안돼! 지그시 감고 있어.”
아들은 무방비 상태로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요 녀석 요즘 컸다고 뻗대는데 짝짝이로 그려 줄까? 코 한 번 쥐어 줄까?’
“엄마, 다 그렸어?”
“어유, 깜짝이야!”
엉큼한 속셈을 들킨 거보다 우엉우엉 낮고 굵직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이제 익숙해 질 때도 됐건만 왜 이리 낯선지.
내 아들이 맞나? 다시 한 번 아들 얼굴을 쳐다본다.
우둘투둘 여드름투성이의 아들 얼굴이 코앞에 보인다.
피싯~ 웃음이 난다.
이 녀석이 요즘 다 컸다고 큰소리치는 놈인가?
시험 전 공부 상태를 묻는 내게
“엄마가 알아서 뭐해? 내 공부는 내가 하는 거지.”
하였겠다.
“요샌 다 친구들이랑 가서 옷 사 입어.”
“요즘 중학생들은 다 그래.”
라며 엄마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했겠다.
한 번 쥐어박으면 바락 대들려나?
아직도 귀여운 얼굴인데, 뽀뽀 한 번 해 줄까?
솔로 슥슥 마무리를 하며 갈등한다.
아침마다 주어지는 짧은 시간.
아들 눈썹 그리는 시간은 대견함과 서운함이 내 속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시간이다.
그런데 언제나 결론은 같다.
'요놈아, 니 눈썹 그려 줄 여자 생기기 전에는 넌 내 손안에 있다.^^'
오늘 아들들이 시험 보는 날입니다.
알아서 하는 아들들인데
엄마는 쓸데없이 잔소리를 해 댔네요.
(잔소리로 엄마 티를 내고 싶었나 봅니다.)
전에 쓴 글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봅니다.
그리고
"아는 것 안 틀렸지? 수고했다."
아들들이 오자마자 할 말을 미리 연습해 봅니다.
아들들의 아르바이트. (2001년 8월..)
방학을 하면서 아들들이 아르바이트로 신문을 돌리고 있다.
큰애 친구까지 세명에게 고층 아파트만 맡겼다.
아침마다 명단보며 챙겨 주기 귀찮고, 깨우기 귀찮지만 경험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전에도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도와 준다고 며칠씩 돌리긴 했는데,
이번엔 한달을 돌린단다.
고층은 한달 돌리면 부당 1,500원이다.
한 녀석당 15부 정도니....기껏해야 22,500원이다.
혹시나 빼 놓을까, 비오는 날은 아이도 젖을까.... 걱정이였는데,
한부도 배달 착오없이 잘 돌리고 비 오는 날은 모자를 챙겨 쓴다.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늘때마다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애궁~ 고까짓 돈 가지고....'
기뻐하는 아들들을 보면서 아르바이트 하던 때를 떠올리며 추억사냥을 한다.
왕아들은 다방에서 주방 아르바이트 해서 나에게 파카를 사 줬었지. 그 다음엔 스카프를 사 줬고.... 항상 받기만 하던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왕아들과 친구들에게 한 턱 내고 마냥 뿌듯해 했었는데....
이번 아이들 월급은 저희들 나름대로 쓰도록 할 생각이다.
아들들 용돈은 아버님이 주신다.
한달에 한번 흰봉투에 '홍00, 홍00' 이라고 혀 빼물고 손자들 이름을 쓰시곤 새 돈으로 바꿔다 10,000원씩 넣어주신다.
또 주말마다 올라가면 2,000원씩 주시고........
아이들은 그돈으로 군것질도 하고 모았다 저금도 하며 준비물도 산다.
용돈 받을 땐 큰애가 아기때부터 입에 달아온 말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녀석, 일도 안하고 월급을 받냐?"
이번 아르바이트로 울 아들들은 진정한 월급을 받게 됐다.
진정한 월급을??
음~~
그 돈 생기면 뭐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은 숨겨둔 곶감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행복하다.
왕아들이 상가집에 간다기에 밤10시가 넘어서 따라 나섰다.
연이틀 회식을 해서 새벽에 왔고, 당직이라 9시까지 근무해야 하니 부조금만 내라 했건만......
아무튼 말동무가 되어 주기 위해 동승을 하게 됐다.
청주에 도착하니 11시.
운전 중에 잘 수 없어 조문하는 사이에 자려고 했는데......
내려서 음식까지 먹다보니 11시 30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12시가 훌쩍 넘을 시간이다.
웬일인지 무뚝뚝한 큰넘이 전화를 했다.
"얘가 부모도 챙기네. 좀 자상해 지려나 봐."
"엄마가 늘 집에 있으니 그렇지 없어 봐. 수시로 찾고 난리칠 걸."
정말 그럴까?
며칠 째 잠이 부족한데다 멀미 기운까지 들어서 집에 오니 어질어질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큰넘이 빨리오라고 컴에 앉아 손짓이다.
이유인즉 옥션에서 맘에 드는 옷을 골랐는데, 어떻게 사는건지 알려 달라는거다.
"너, 그래서 엄마 기다렸어?"
순간 부아가 끓어올랐다.
뜬끔없이 웬 벼락인가 싶은 아들은 눈을 꿈뻑이며
"엄마, 나 용돈으로 살거야."
돈 걱정부터 한다.
순간 큰넘의 요즘 행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동생 줬던 옷을 제 맘대로 입고 다니다 못 입게 한 것(동생이 키가 더 커서 끌고 다녀서 바지길이가 짧아진 옷은 못 입는다.) 축구화도 되고 일반운동화도 된다며 샀던 신발이 몇 번 신지도 않고 신발장에 모셔져 있는 것(지금은 발이 커서 맞지도 않을 것이다.) 맘에 드는 가디건이 있다며 사 온 옷이 친구가 입던 낡아 빠진 옷이었던 것(이미 돈을 치룬 옷이라 바꾸라는 말은 못했다.ㅠ.ㅠ)
기타등등 기타등등......
게다가 낮에는 다 뜯어진 교복과 떨어진 단추를 줘서 당황하게 만들었겠다.
(싸움도 잘하고 장난도 심하다. 그래서 난 떨어진 옷을 볼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야단을 칠까? 어쩔까? 한참을 뒷베란다에서 서성이며 고민했다.
자, 그럼 나는 어땠을까?
갑자기 동네 친구랑 토라져서 십몇년 동안 말도 안 하고 친구 집 앞도 지나치지 않았던 때가 생각났다.
(학창시절 얼굴만 보면 서로 외면하곤 했다. 그러다 사회인이 되고부터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아는 척을 했다.ㅋㅋ)
고등학교 가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던 아버지에게 원서까지 내 놓고 안 가서 야단 맞았던 때도 있었지.
식구 많은 집에 책 좋아하는 친구를 데리고 와서 다락방을 점령했던 때도 있었다.
(다락방은 문이 안방이랑 연결 돼 있었다. 밤늦도록 책을 보다가 쉬~가 마려워 어둠 속을 더듬거리다 아버지 다리나 엄마 팔을 밟기도 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결코 나도 큰넘의 행실에 만만치 않았다.
"야, 어디 봐."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아들과 컴에 앉았다.
사이즈 재고, 입찰하고......
'지가 지돈으로 산다는데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 있나, 실수도 해봐야 다시는 안 하지. 내가 아무리 바른 길 좋은 거라 해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가치가 없는거여.'
끙얼끙얼 중얼중얼 궁시렁궁시렁
"야, 내일 낙찰 받으면 신청하자."
호기있게 말하자 아들 얼굴이 밝아진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건데 난 내가 큰 인심이라도 쓴 것처럼 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것처럼.)
이제 아들 옷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인터넷으로 제가 고른 물건이라 기대가 크다.
맘에 들지 않아서 아직도 엄마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싶기도 하고, 맘에 들어서 제 역량을 높혔으면 싶기도 하다.
요즘 사춘기에 접어드는 작은넘도 제 주장을 펴느라 따지곤 하는데, 말도 조리 있게 하고 상대방 분위기 파악을 하기에 충돌까지 가는 예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무대뽀인 큰넘만 야단을 바가지로 맞는다. ㅋㅋ
하루에도 12번씩 미워지는 아들 넘들 떡 하나씩 더 줘야겠다.
그러다보면 나도 살이찌리라.
(난 5춘기라 감정의 기폭이 더하니 말이다. 스스로 미워질 때 떡 하나씩 더 먹어야지.)
그리고 아들놈들이 이뻐지리라. 왕아들까지 덤으로....
큰아들은 기말고사를 못 봐야 된단다. '다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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