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간다고 신청 해 놓고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1기 제품 디센더를 테스터 하면서 산행을 소홀히 했던 터이니…
더구나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사스레가 산행을 할 수 없으니 더욱 더 걱정이다. ㅠ.ㅠ
서북능선은 눈이 무릎까지 쌓였을 때 다녀 왔던 곳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사스레 나무 문도 잎을 틔웠겠지??
미리 몸풀기 산행을 할 양으로 오라버니한테 연락을 했더니 비 온다고 방콕~한단다.
어쩐다!
여기도 비 온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비가 오고 있었다.
”비 안 와?”
”조금……나 갔다 온다.”
사실은 많이다. 우산을 쓰고 가야 될 만큼…
’가다가 못 가겠으면 돌아 오지 머.’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7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널널하게 넓은 도로가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산으로 연결 된 하수도 물이 콸콸콸~
자두를 보니 입에 침이 고인다. ㅋㅋ
장맛비에 누워 버린 꽃.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툭, 두둑, 툭….
비 온다고 저 수묵화를 포기할 순 없지.
가자고 결정하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그러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아직은 희뿌연 아침이지만 이런 촉촉함과 너무 밝지 않음이 좋다.
밭에는 참깨꽃이 한창이다.
접시꽃 봉숭아
메꽃 사철나무꽃
나만 길을 나선 게 아니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안 온 사이에 돌탑들이 쌓이고 있다.
장대비가 퍼부어 약수터에서 비를 피했다. 풀잎들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껑충 뛰며 즐기는 듯 했다.
그렇다면 나도….
물길 내어 준다고 물장난도 하면서…
충주시가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 운무 속에 묻힌 도시를 보면서….
자연이 만든 작품에 빠져 한동안 넋 놓기도 하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물방울을 벗삼아…
보이지 않는 월악 영봉에 인사도 하고…
오솔길을 걷고…
길 없는 바위 위를 걸어서…
가을을 기다리게 하는 단풍나무도 만나고…
선계로 들어 섰다.
이 곳이 선계로다.
망중한….
636 미터 남산은 금봉산이다.
충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가는 산이다.
아까 오르던 사람은 약수터에서 턴~했다.
그 후 딱 한 사람 만났으나 하산하는 사람인지라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산돌씨~ 김치이~~”
정상 부근에는 꽃이 많았다.
기린초 투명하게 보이는 나리꽃
꿀풀 노루오줌꽃
싸리꽃 엉겅퀴
산성 아래는 산수국이…. 피기 전 산수국
넌 뭐니? 산꿩의 다리?
양지꽃 닮는 꽃은? 여귀 같은데 더 큰 이 꽃은??
출출해서 이곳에서 요기를 하시로 했다. 볼품 없는 나무? 사실은 아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나무한테 미안하다.
혼자 먹기엔 너무 많군.ㅋㅋ
물푸레 나무와 건배.
이번에는 마즈막재로 하산 하기로 했다.
사스레가 산에 못 오니 데리러 올 수 있겠지.
혼자 다니니 좋은 점도 있군.ㅋㅋ
땅이 움직인다.
두더지가 익사할까 봐 이사를 하는 중인가 보다.
한참 기다려도 꼼짝 않는다.
비가 조금 약해졌다.
숲은 싱그러움으로 가득찼다.
개암나무 열매가 생겼다.
가을이 되면 고소한 개암열매를 따 먹어야지.ㅋㅋ
예쁜 떡갈나무잎
임도가 있지만 산 길을 택했다.
무슨 꽃? 뱀딸기
버섯 큰까치수영
빗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마즈막재에 거의 다 왔다.
이제 한 봉우리만 넘으면 오늘 산행도 끝이다.
맞은 편 계명산이 보인다.
아래엔 시간 맞춰 와 준 사스레 차가 보인다.
차비는 산딸기로…..ㅋㅋㅋ
이렇게 우중산행을 끝냈다.
찌걱 찌걱 찌거덕~
걸을 때 마다 신발 속에서 빗물이 노래를 하고 빗방울은 톡 톡 톡~~
집에 와서 보니 발바닥에 주름이 생겼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