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 새싹이 뾰족~
산 색도 연두빛으로 바뀌었네.
이름은 모르는 선인장과의 화초가 있어.
잘 가꾼다고 가꾸는데도 잎이 뚝, 뚝 떨어져 버려서 늘 마음이 아팠지.
그런데 어마나 세상에...
화분 정리하다 깜짝 놀랐어.
잎이 떨어진자리(식물은 잘리거나 떨어지면 그 자리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나오지. 상처나면 피 나오는 것처럼) 그러니까 상처에 뿌리가 나더라고..
떨어진 잎을 미처 못 치웠는데.
그것이 새 생명을 품고 있을줄이야.
자연의 섭리란 참 대단하다. 그치? 친구들아.
뭐? 다들 알고 있는 거라고....ㅠ.ㅠ
우리 작은놈 얘기.
형이랑 16개월차라 형 그늘에 가려 자랐지.
형은 제가 나서지 않아도 관심을 독차지 했어.
우리 아버님 어머님 외손주 다섯 다음에 얻은 친손자니 관심은 당근이지.
작은 놈이 딸로 태어났으면 관심 덩어리였을텐데.....
어쨌거나
어릴 땐 늘 형 그늘이었지.
그래선지 나도 봐 달라고 이쁨 받을 짓을 많이 하더군.
순하고 까매서 촌스럽지만 착하고....
시기심 때문인지 뭐든 열심히 했어.
그러다 학교에 갔는데 2학년 때부터 반장(요즘은 회장)을 하더군.
4학년 때 내가 귀찮아서 못하게 했더니 부반장.
6학년 때 회장 선거 나가라는 걸 극구 말렸지. 저 또한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았고..
그랬는데 반장 맡았더군.
친구들이 뽑은거라 어쩔 수 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그냥 하기로 했다네.
공부도 곧잘해서 학교가면 엄마들이 늘 물어댔어.
어느 학원 다니냐고.
학원 안 보낸다니 믿질 않더군. 선생님들 조차 ㅋㅋ
중학교.
아주 먼 곳으로 갔어.
난 형 따라 간 줄 알았지.
나중에 알고 보니 초딩 때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뜬 거 였어.
(마음 터 놓는 5학년 때 선생님께서 얘기 해 주시더군.)
아는 사람 없으니 편했나 봐.
땡땡 놀더군.
'쟤가 왜 저러지. 학원도 다니기 싫다고.....'
난 늘 걱정하는 마음이였지만 걍~ 뒀지.
학교 끝나고 놀고 오느라 충주시를 끝에서 끝까지 걸어오고,
집에 오면 텔레비젼 삼매경.
토요일은 할머니댁 가서 자고....
이제 2학년
집에 오자마자 책 펴 놓고 앉아서 공부를 하네.
인터넷을 뒤지기도 하고, 밤늦게까지...도서관도 간다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했는데
알고 봤더니.....
여자 친구들이 공부 잘하고 모범생인 줄 안다네.
디지털 시대의 위력인가 봐.
(얼마 전 생일이였는데 선물을 3일동안 받아 오더군. 인형, 케잌, 과자, 시계....
편지-여자 친구들 편지도 있었는데 살짝 보았지. ^^)
부담스러운 모범생 딱지를 떼지 못한 거 보니 안스럽고
한편으론 기대에 맞추려고 공부할 걸 생각하니 안심이고....
나의 얄팍한 이중성이여~~~
다 때가 있는 가 봐.
목구멍까지 나오는 잔소리를 내 뱉지 않길 잘했다고 자화자찬 하며...
'거봐라 이놈아, 니가 안 하고 배겨?'
한번 되뇌어 본다.ㅋㅋ
어릴 땐 시커먼스 촌놈 같았던 내 작은 아들.
키가 쑥 크고 목이 쭉 뻗어서 귀티가 나네. ㅋㅋ
가뭄에 콩나듯 깨달음을 얻고는 하는데
언젠가는 아들들도 엄마처럼 느끼겠지.
가슴 부푼 기대를 품어본 날.
이제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산 색이 변하고 있단다.
어제 모처럼 산에 갔었어.
(산 아래 사는 특권이라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데, 몸이 영~ 게을러 터져서...ㅋㅋ)
뻣뻣해진 진달래꽃 한웅큼 따고, 시큼이(먹는 풀 있잖아. 시큼한 아~ 입에 침 고인다.), 돌나물도 한웅큼 따 왔다.
샐러드 해서 봄의 만찬을 즐겨 볼 참이야.
취나물이 있나 살펴 봐도 남산(금봉산이래. 충주 사람만 남산이라고 불러.)엔 없는 거 같다.
고사리 꺾으러 갈 마음에 잔뜩 부풀었는데,
누구 고사리 많은데 아니?
(제사상에 놓을 고사리 챙기려는 거 보니 난 영락없는 맏며느리다.)
맏며느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난 어머님께 삐져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댁에 간다.
전에는 주말에 가고 일요일에 갔는데, 요즘 아이들이 커서 한 번으로 줄었다.
결혼 17년, 8년은 같이 살고 9년째 들락날락이다. ㅠ.ㅠ
갈 때마다 저녁 준비를 하기에 어젠 김밥을 쌌다.
내편이가 넘 바빠서 놀러 갈 시간이 없고, 아들들 공부하느라 짬 내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이 좋은 봄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분이라도 내려고....(0.-)
꾸물거리다 저녁이 늦었다.
울 아버님 사시사철 6시면 잡수시는 분이거덩.
서둘러 김밥을 싸서 시댁에 갔지.
헉~~~
근데 이게 웬일!
나 배째는 사람도 아닌데, 써는 김밥마다 옆구리가 터지네.
(아는 분이 외과 의산데 누가 물으면 '배째는 사람'이란다. 크흐~)
먼저 싼 것을 써니 그것은 괜찮네.
왜 그럴까?
똑같은 재료로 쌌는데....
갸우뚱 꺄우뚱
아무리 생각해도....
캭~ 그거야 그거.
정성이 부족해서리.....맞지?
이 심오한 원리를 이제서야 깨닫다니....
우리 큰놈은 우리집에 핵폭풍이다.
'이럴 땐 이래야 돼.' 하는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는 놈이거든.
하여튼 그놈 덕에 요즘 청소년들 최신유행을 만끽하며 산다.
어젠 느닷없이 밥 먹자마자 집에 오자고 난리다.
나 며느린데 밥만 먹고 올 수 없잖아.
아들 핑계대고 그냥 올 걸 그랬나? ㅋㅋ
부랴 부랴 설거지 하고 손도 안 닦고 왔다.
내가 보기엔 뭐든지 제멋대로라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많다.
난 저만한 때 뭐했지?
멋이라건 사치라 생각했는데, 고졸 검정고시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집만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웃긴 건 놀라는 나랑 지 아빠를 보고 울 아들은 제가 모범생이란다.
주는 용돈 한도내에서 쓰고, 말썽 한 번 안 일으키고......
(하긴 옷 산다고, 신발 산다고 떼 쓴적 없지. 용돈에서 옷 사 입으려면 어림 없겠지만 친구랑 바꿔 입기, 동생이랑 같이 입기. 제 용돈은 꿍쳐두고 짬짬이 손 벌리기. 수단이 보통이 아니다.ㅋㅋ)
또 삼천포로 빠졌다.
어제 신발을 세 켤레 빨았다.
신발 끈을 매는데 밑에서부터 반만 매는 거야.
요즘은 그게 유행이라네.
신어보니까 꼭 슬리퍼 신은 거 같아.
(후닥닥 신고 나갈 땐 우리 집 남자들 신발이 편하다. 발이 쑥 들어가니까.)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전전긍긍하며 왔다.
애구, 이것도 유행이라고....
조끼 만든다고 소매를 잘라버린 내 청잠바 입었더니 훨씬 낫다는 아들인데
때릴 수도 없구...툴툴툴~
친구들아~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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