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알밤

안글애 2013. 9. 14. 12:55

내편이가 퇴근하면서 검은 비닐 봉투를 내민다.

뭐든 잘 가져 오는 사람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뭐예요?" 했다.

"이류면 아저씨가 먹으라고 줬어. 사과랑....."

"복숭아 따 주러 간다니 연락도 안 하시구선"

여름 휴가 때 일 도와 주러 가려 했었는데...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전화기를 버렸대. 하하~"

"아저씨두 참....한 방이 있으시네. ㅋㅋ"

 

난 그 아저씨 얼굴도 기억 안 난다.

하지만 종종 아저씨가 농사 지은 농산물을 얻어 먹는다.

언젠가는 강아지도 한 마리 줬었다.

그 아저씨를 보면

'내편이도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거의 20여년동안 고객으로 만나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잘 생긴 사과와 직접 주운 밤을 보내 오셨다.

사과는 빨간 홍로 사과이다.

너무 시지 않고 색깔도 예뻐서 내가 좋아 하는 사과다.

또 밤은 정말 알이 잘은 토종밤 같다.

농사를 안 지어 봤다면

"애걔~~밤이 뭐 이래? 이걸 어떻게 먹어?" 했을게다.

그 작은 밤을 일일이 주워서 삶아 먹으라고 보내셨다니 고맙다!

그만큼 격의없이 대해 주시는 거 같아서 더 그렇다.

 

밤을 삶아서 내편이랑 알콩달콩 추억 주머니를 풀 수 있을 거 같다.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