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태백산 산행기....해맞이 2007년 1월2일
난생 처음으로 산악회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태백산에 가기로 했다.
멀미대장인 내가 용기를 낸 건 그동안의 산행 덕이었다.(많이 튼튼해 졌을 거야.)
12시까지 주덕에 집결. 출발했다.
큰오빠가 연결해 준 산악회인데, 모두들 산행에 이력이 난 사람들 같았다.
앞 좌석엔 정 회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뒤쪽에 탔더니 멀미 걱정이.....
강원도에 들어서 꼬불꼬불한 길에 접어드니 속이 울렁거린다.
참자, 참자!
똑딱 똑딱 초를(이럴 땐 시간이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다.) 씹으며 이를 앙 물었다.
바깥 풍경을 보려해도 칠흙같이 깜깜해서 보이지 않는다.
겨우 차 불빛으로 길가나 볼 밖에....
3시 30분 태백에 도착했다.
차가 서자마자 내려 주차장 귀퉁이에서 토를 했다.
4시 30분 출발이라면서 다들 시래기 국밥을 먹는데 난 겨우 한숟갈만 입에 댔다.
드뎌 출발~
태백산의 추위를 번저 겪어 본 선배 산님들의 충고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등산 양말을 두 개 겹쳐 신고, 스패츠를 두르고, 속 모자에 해드랜턴을 달고, 마스크도 챙기고, 장갑도 두 켤레나 준비 했다. 거기에 손난로, 카메라, 등산지팡이까지 주렁주렁 달렸네.
산 초입부터 빙판이다. 엉금엉금 기다가 아이젠을 등산화 바닥에 끼웠다.
철거덕 철거덕~ 발목에 쇠사슬을 찬 거 같다.
(살면서 지은 죄가 있었나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눈을 밟으니 뽀드득 소리에 쇠사슬 소리까지....아이젠을 착용하니 무게감도 더해져서 모래주머니를 달고 산행하는 기분이다. 아~ 무거워!
가파른 비탈길이다. 눈이 다져져서 아이젠을 안 신은 사람들은 주르르륵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해드랜턴 불빛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사진을 찍었는데 찍히지 않았다. 카메라가 언 탓도 있고 내 기술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새해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내년엔 분명 좋아질거야.'
산중턱(반재)까지 계속 된 비탈길은 모든 게 꽝 꽝 언 추위에도 끊임없이 땀을 쏟게한다.
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인 즉 너무 추워서란다. 천제단에 10분 서 있기가 힘들단다.
우린 정상 바로 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해돋이를 보려면 1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도 곤욕이다.
무엇보다도 힘든 건 역시 추위다. 잠시 배낭을 벗었는데 등에 난 땀이 식었나보다.
덜덜덜 떨려온다. 배낭을 다시 멨다. 무겁지만 배낭은 든든한 방한복이다.^^
훌쩍 훌쩍 감기 기운이 있는 내편이가 걱정 되어 뭘 해 달라고 말도 못하겠다.
배가 고프다. 가져 온 초코렛으로 허기를 달랬더니 손이 너무 시리다.
(장갑 벗고 이것 저것 했기에.....)
손난로를 켜야 되는데, 도무지 불이 붙지 않는다.
바람을 등지고 몇십번을 한 후에야 성공했다.
(내편이의 끈기를 확인한 날이었다. 대단한 내편이.^^)
이 작은 손난로가 얼마나 요긴 했던지....카메라도 녹이고 나도 녹이고 내편이도 녹였다.ㅋㅋ
드디어 천제단을 오를 시간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저절로 앞으로 떠밀리게 사람이 많다.
올라가는 사람은 4열 횡대, 내려오는 사람은 1열 종대.(맞나?)
태백산 이라는 글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얼어서 작동이 안된다. 손난로랑 같이 주머니에 넣고 녹여서 겨우 찍었다.)
웬일인지 뒷편으론 사람이 많지 않다 몸을 빼 그곳으로 오니 바람이 반긴다.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자꾸 민다.
"아, 놔. 밀지마"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아 돌아 보니 아무도 없다.
바람이다. ㅋㅋ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든다. 안개 낀 거 같아서 해는 뜰 기미도 없는 거 같다.
그래도 돌을 쌓아 두른 천제단에 들어 가기로 했다.
(언제 이곳에 다시 올까 싶어서.....)
줄줄이 서서 한발짝씩 걸음을 옮기는데 새치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죽을 때도 새치기 해서 먼저 죽을 거 같다. 새치기 하지 맙시다.)
천제단 안에서는 소지를 사르고 제를 지내는 사람들이 제단 앞을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도 금방 해가 떠오르는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서 해맞이를 하려고 하는데
아뿔싸!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반대 방향이다. ㅠ.ㅠ
(난 방향감각이 무척 무디다.)
키가 작은 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내편이가 해돋이 사진을 찍었다.
해는 제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윗부분을 보여주고 가운데, 뒷부분을 보여 주었다.
[새해는 건강하고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일 한 만큼 수확이 있길 기원합니다.]
이때만큼은 정말 경건하게 기도 했다. ^^
일행들이 기다리지 않고 내려 간다고 해서 서둘러 내려 올 준비를 했다.
다행히 천제단에서 절하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일행들을 만났다.
(산악회 회원들이라 그런지 엄청 산을 잘 탔다. 우리도 한다 했는데.....)
하산길에도 올라오는 사람들 줄이 끊이지 않는다.
마침 내편이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차가 막혀 늦게 도착했단다.
우린 운이 좋았다.^^
내려오면서 주목나무도 보았는데 오대산 서 본 게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사람 손을 덜 타서 일게다.
오대산 다시 가고 싶다! ^^
사람 발이 안 닿은 곳은 눈이 무릎까지 온다. 사람 발이 닿은 곳은 눈가루가 날린다.
유일사 매표소에 가까워오니 사람들이 뜸하다.
이때다 싶어 가져 간 비료부대를 깔고 눈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짧은 거리지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ㅋㅋ
집에 올 때는 멀미약을 미리 챙겨 먹었다.
해돋이를 본 것이 엄청 좋아서 약을 안 먹어도 견딜 거 같았는데 걱정하는 내편이 땜에...
덕분에 동강휴게소까지 내내 잤다.
우리 친구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