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23 엄마랑 팔짱끼고서...
엄마랑 팔짱 끼고서.
요즘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생이 늦둥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조카를 봐 주게 되었다.
(아기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자식 키울 때는 직장 다니느라 시부모님께 맡겨서 더 그런 거 같다.)
엄마는 그런 나를 돕겠다고 동생네 집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그러다보니 살아 온 인생 중 엄마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끔은 이제껏 생각해왔던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사라져 당황스럽기도 하고, 별 거 아닌 것에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젊은 시절 엄마는 선비 타입의 아버지 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오 남매의 자식과 엄마 없는 조카 셋을 키우며 사촌들 학비까지 대었다. 그런 엄마가 연속극을 보면서 운다.- 엄마가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분이셨나?)
엄마에게 난 늘 안쓰러운 존재인가보다.
“잠 좀 자라, 책 좀 그만 봐라, 많이 먹어라······.”
끊임없이 잔소리에 잔소리를 하신다.
그러다보니 티격태격 할 때도 많다. 그것도 잠시 금방 하하 호호 풀어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아이처럼 지능이 떨어진 엄마는 참 단순하다.
운동하라는 의사 말에 하루라도 운동 안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열심이시다. 잊어버린 글자 공부도 열심이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눈 침침한 할머니가 곱은 손으로
자식이름 손주이름 쓰고 읽고 쓰고 읽고······. ㅠ.ㅠ
“할머니, 이렇게 쓰는 거 아니야. 받침이 틀렸어.”
“그럼 이렇게······.”
유치원 다니는 손녀 딸 핀잔에도 아무렇지 않은지 되물으며 선생 대접을 한다.
그런 엄마랑 밭에 가기로 했다.
앞서 가시라고 했더니 뒤에 가는 딸 기다리느라 자꾸 늦어진다. 빨리 갔다 올 요량으로 앞서 갔더니 씩씩거리며 힘들어하신다.
할 수 없이 되돌아 와 엄마 팔짱을 꼈다.
지푸라기처럼 푸석하고 가벼운 엄마의 팔. 괜히 코끝이 시큰거린다.
(우씨~ 누가 겨자 냄새를 풍기는거여.-없는 겨자 탓을 해본다.)
이제껏 의지했던 엄마에게 의지가 되어 줄 때다. 마음은 이런데 곰삭지 않은 무뚝뚝한 딸은 표현을 잘 못한다. (이게 핑계라면 성격 좀 고쳐볼텐데...이것도 노력하면 되는 걸까?)
아직 곁에 계실 때 같이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나는 행운아일 것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값지게 써야 하는데······.
삶이, 힘듦을 싫어하는 육신이 그 기회를 놓칠까 걱정된다.
이제부터 날마다 날마다 엄마랑 산책 해야지.
꽃구경도 하면서.....
여러분은 위에서 같이 올리니 글이 다닥다닥 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