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
햇볕 따스한 날 겨울 산행을 나섰다.
보기엔 따사한 봄날 같지만 바람이 칼날 같았던 날.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산에 가기 전 강쥐들 옥상에 잠깐 데리고 갔더니 장갑 낀 손이 시럽더라.
늙어서 털이 적은 우리 뭉게는 옥상에 올라가자마자 내려가자고 낑낑낑~
늙으면 추운가보다. ㅠ.ㅠ
사실 요즘 염두에 두고 있는 산행은 해맞이 산행이다.
언제부턴가 해맞이 산행을 안하면 한 해가 시작 된 거 같지 않다.
1월 1일
내편이는 대만에...
큰아들은 필리핀에...
작은아들만 같이 할 수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 일을 하고 있어 오지 말라고 했었다.
그러니 나에겐 아직 진정한 2016년이 아니다.
어쩐 일로 내편이가 구정 때 애들 모이면 가자던 해맞이를 일욜에 가자하네.
그런데 마즈막재에 차 타고 가서 차 안에서 보잖다.
'흥, 칫, 뿡...'
"그러려면 썬크루즈 해돋이 볼 수 있는 방이나 잡으셔"
했던터다.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다.
김치 만두
별로 맵지 않은
조미료 넣지 않은
엄마처럼 무를 긁어 다져서 넣은
.
.
당직 서는 내편이에게 저녁 메뉴를 만둣국으로 통보하고 장 보러 가는 길에 산에 오르기로 했다.
시청 근처에 사니 맘만 먹으면 시청 뜰이 내 정원인양 걷는다. ㅎㅎ
이래서 도시에 살면 관공서나 학교 근처에 살아야겠다.
금릉초 뒤.
바람이 매섭다!
추우니까 햇빛도 은색으로 보인다.
식목한 나무는?
이름이 생각 안난다.
차 끓여 먹는 나무 같은데.....확실한 건 모름.
계명산 꼭대기를 언제 밟아볼 수 있을런지????
내년에 이 목련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
오늘 엄청 추워서 꽃몽우리가 다 언 거 아닐까???
여기만 지나가면 라디오 소리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곤 했는데....
오늘은 안 들리네.
저 풍차가 보이지도 않을만큼 빨리 돌더라만 사진에는 안 도는 거 같다. ㅠ.ㅠ
먼거리도 잘 보이는 겨울산행.
하늘도 잘 보이고....
주렁 주렁 사과가 달렸던 나무가 생각보다 참 작고 가늘다.
나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내 나무가 있었다.
그때는 국광, 홍옥, 인도, 데리사스....
사과를 좀 많이 먹거나 신 걸 먹으면 속이 쓰려서 내 나무는 인도 나무였다.
달고 딱딱한 사과.
오래된 나무라 딱 봐도 연륜이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나무.
난 그 나무가 참 좋았다.
겁 많은 나지만 튼튼한 가지와 우툴투둘한 등걸을 밟으면 어른 키 정도는 올라갈 수 있었다.
여름 날 그 곳에 올라 별을 보고 맨드라미 얹어서 색을 낸 기정떡을 먹으며 행복했었다.
지금 사과나무는 그때에 비하면 여리고 작고 매끈하다.
사진의 나무처럼 가늘고 앙상한 나무를 어찌 오를 수 있겠는가.
겨울 산 길은 내내 춥지 않아서 좋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햇볕이 따스한 곳에서는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다.
와르르 몰려 다니는 낙엽들이 수다스럽다.
찬 기운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는 듯한 갈나무잎.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갈잎의 노랫소리 들리는듯...
누구세요? ㅎㅎ
요기선 뜬금없이 화가가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체와 그림자, 햇볕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여서일게다.
바람이 차서 고글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햐~~좋다!
멀리도 보이네. ㅎㅎ
성가시게 들러붙던 주름 조개풀이 햇볕을 받아 여름이랑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곳은 현호색 군락지이기도 해서 지나가다가도 한 번씩 더 들여다 보게 되는 곳이다.
오늘 산행은 요기까지? 하려 했으나 ....
탈색 된 거 같은 나무 색.
비 오는 날 짙은 색으로 볼 때랑 느낌이 또 다르다.
시야가 딱 트여 후곡산 정상까지 가기로 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도 느낌도 달라지니 같은 풍경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후곡산 정상 못미쳐 조망 좋은 바위에서 금봉산을 보다.
후곡산정상에서 본 탄금대 쪽...머얼리 보련산
계명산.
잠깐 쉬었다 너무 추워서 차도 마시지 않고 연수암 쪽으로 하산.
카메라가 방전 되어 겨우 찍은 박주가리 씨앗.
은빛으로 빛나건만 밧데리도 없고 날씨도 춥고....
짧지만 흐믓한 산행을 마쳤다.
모처럼만에 얼었다 녹는 살의 쾌감을 느낀 날이었다.